(맨체스터 = 춘추필)
가자! 정상이 바로 눈앞이다. 등정을 이루고 사자후를 토하리라. “‘종가(宗家)’의 위험을 사해에 떨쳐노라.” 벌써부터 ‘태극 도령’과 ‘태극 낭자’가 소리 높여 부를 승전가가 울려 퍼지는 듯하다. 맨체스터 아레나를 금빛으로 수놓을 찬란한 그 순간이 눈앞에 그려진다.
D-4. 한국 태권도가 희망봉을 향해 닻을 올렸다. 2019 맨체스터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15~19일·현지 시각)가 일으킬 파도를 헤치고 금빛 항해를 다짐하며 뱃고동을 울렸다. 열정을 불사르며 온 땀을 쏟아부었던 ‘86일 작전’의 마지막 단계인 본격적 항해에 나선 승조원 28명(임원 3, 코칭스태프 9, 선수 16명)의 눈은 결연한 투혼으로 불타올랐다. 현지 적응 훈련의 첫걸음에선, 비장미(悲壯美)까지 묻어나왔다. 지난 2월 17일부터 흘려 온 땀방울을 결코 무위(無爲)로 끝낼 수 없다는 굳세고 야무진 다짐이 엿보였다.
이제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한국이 뜻했던 ‘세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지 도전의 문은 96시간 후면 열린다. 물론 자존심을 한껏 곧추세울 그 전장은 세계태권도연맹(WT)의 가장 큰 무대인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다. 태극 도령과 태극 낭자 모두 과녁의 한가운데에 적중하려 하며, 그 기세를 몰아 종합 우승의 개가를 올리려 한다.
풍성한 결실을 꿈꾸는 태극 전사는 11일 두 차례 담금질로 백중(百中)을 향한 첫 시위를 당겼다. 지난 10일 밤 한국을 떠나 17시간(경유 시간 포함)을 넘는 긴 비행 끝에 사냥지인 맨체스터에 입성한 태극 군단은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숙소(파크 인)에 도착해 여장을 채 정리하기도 전인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숙처(宿處)에 있는 수영장에서 회복 훈련으로 피로를 씻어 냈다. 오후엔, 맨체스터 테니스 & 풋볼 센터에서 3시부터 역시 1시간쯤 훈련을 갖고 컨티션을 점검했다.
훈련이 끝난 뒤, 이창건 수석 코치는 만족스러운 상태임을 내비쳤다. “사실 부상 중인 남자 –63㎏급 김민혁(강화군청)이 다소 걱정됐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 ‘부상으로 쓰러질 수 없다.’는 본인의 다부진 의지에서 비롯된 듯하다. 선수단 전체에 상서로운 기미가 엿보이는 좋은 조짐이라고 본다.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든다.”
지난 2일 진천선수촌서 열린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결단식에서, 이 수석 코치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정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라는 결연한 출사표를 밝힌 바 있다. 그 말을 입증하려 함일까? 거침없이 정상으로 내달리려는 태극 전사의 형세에선, 위엄 있는 기운이 배어나왔다. 홀로 짓쳐 듦[單刀直入·단도직입]을 연상케 하는 기세는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리라[驚天動地·경천동지]는 기대감을 안겼다. 상대를 짓누르고 등정의 기쁨과 감격이 깃든 포효를 터뜨려 온 천지를 먹먹케 할 듯싶다.
■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명단
▲ 단장 = 최진규(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회장) ▲ 감독 = 정을진(전주시청 감독·남자부), 손효봉(울산광역시태권도협회 전무이사) ▲ 코치 = 이창건(서울시청 감독), 왕광연(조선대학교 코치), 신재현(한국가스공사 감독), 이석훈(KTA), 신경현(KTA), 최진미(KTA) ▲ 의무 트레이너 = 김동휘(KTA) 나연희(KTA) ▲ 전담팀 = 김형수(KTA) ▲ 선수 = -54㎏ 배준서(19·강화군청), -58㎏ 장준(19·한국체육대학교), -63㎏ 김민혁(20·강화군청), -68㎏ 이대훈(27·대전광역시체육회), -74㎏ 김지석(21·한국체육대학교), -80㎏ 박우혁(19·한국체육대학교), -87㎏ 이선기(23·전주시청), +87㎏ 인교돈(27·한국가스공사·이상 남자부), -46㎏ 심재영(23·고양시청), -49㎏ 박혜진(20·조선대학교), -53㎏ 임금별(21·한국체육대학교), -57㎏ 이아름(27·고양시청), -62㎏ 김다영(24·인천광역시 동구청), -67㎏ 김잔디(24·삼성 에스원), -73㎏ 이다빈(23·서울시청), +73㎏ 안새봄(29·강화군청·이상 여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