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 춘추필)
‘강화 도령’이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들었다[驚天動地·경천동지]. 세계 태권도인의 머릿속 깊숙이 존재감을 각인했다. 놀랍기만 한 금빛 발차기로 ‘종가’의 위세를 사해에 떨쳤다.
‘태극 태권도’의 ‘금토끼’ 사냥은 계속됐다. 과녁 한가운데를 꿰뚫는 개가를 올리며 연일 맨체스터 아레나를 금빛으로 수놓고 있다. 벌써 애국가가 네 차례나 울려 퍼졌다. 2019 맨체스터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사흘째인 17일(이하 현지 시각), 영광의 주인공은 ‘태극 군단’의 히든 카드인 배준서(19·강화군청)였다. 우리 나이로는 약관이지만, 만 나이로는 이제 열여덟 살 5개월의 앳된 배준서가 세계 정상에서 포효했다.
성인으로선 첫 태극 도복을 입었어도 배준서의 용솟음치는 기세는 활화산 같았다. 경기 시작과 함께 난무하는 듯한 발차기로 상대의 얼을 빼놓으며 손쉽게 승전가를 불렀다. 전날 64강전부터 4강전까지 213점(4강전 반칙승 포함. 경기당 평균 42.6점)을 터뜨렸던 파괴력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전광판에 아로새겨진 숫자는 물경 ‘53’, 그야말로 보고서도 믿기 힘들었다. 결승전까지 다섯 경기에서 266점(경기당 평균 44.3점)으로, 단연 이번 대회 으뜸의 득점력이었다.
게오르기 포포프(러시아)와 맞붙은 결승전에서, 배준서는 전혀 엉뚱한 걸림돌에 자칫 넘어질 뻔했다.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휘말려 감점을 9개씩이나 당해 반칙패(감점 10개) 일보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배준서는 3라운드 막판 약 1분간을 슬기롭게 넘기며 53:24의 압도적 점수 차로 왕좌에 올랐다.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배준서는 강화초등학교→ 강화중학교→ 강화고등학교를 거친 ‘강화도의 아들’이다. 2016 버너비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45㎏급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이로써 이번 대회에서, ‘세 마리 토끼’를 과녁으로 삼은 한국 태권도는 야망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남녀 우승을 바탕으로 종합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당겨진 시위를 떠난 활은 정확하게 정중앙으로 날아가고 있는 형세다.
2연패를 꿈꾸는 ‘태극 낭자’ 이아름(27·고양시청)도 종가의 불타오르는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했다. 여자 –57㎏급에서 결승에 올라 18일 금 사냥에 나선다. 이아름은 4강전에서 저우리준(중국)을 15:12로 물리쳤다. 이아름이 쫓을 토끼는 이 체급 올림픽 랭킹 1위인 홈 코트의 제이드 존스다.
■ 2019 맨체스터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
□ 사흘째 전적
▲ 남자 –54㎏급 결승전
배준서(한국) 53(20:12, 16:5, 17:7)24 게오르기 포포프(러시아)
▲ 여자 –57㎏급 4강전
이아름(한국) 15(5:0, 4:9, 6:3)12 저우리준(중국)
제이드 존스(영국) 18(3:2, 4:3, 11:7)12 스카일라 파크(캐나다)
▲ 동 8강전
이아름 24(2:2, 9:1, 13;1)4 산디 마세두(브라질)
<3라운드 점수 차 승>
▲ 동 16강전
이아름 9(5:2, 1:1, 3;1)4 마리에 마그누스(노르웨이)
▲동 32강전
이아름 36(13:1, 23:1)2 타티아나 팀발라리(몰도바)
<2라운드 종료 점수 차 승>
▲ 여자 48㎏급 32강전
박혜진(한국) 17(7:10, 3:5, 7:15)30 파티마트 아바카로바(아제르바이잔)
▲ 동 64강전
박혜진 25(9:0, 14:5, 2:0)5 탐진 크리스토플(호주)
<3라운드 점수 차 승>
▲ 남자 –74㎏급 64강전
김지석(한국) 20(7:16, 4:6, 9:4)26 코스티안틴 코스테네비치(우크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