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계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태권도와 연극의 융합은 신선했고, 그만큼 시선을 사로잡으며 흥미를 자아냈다. 태권도에 공연을 접목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탄생이었다.
‘재미있는 태권도’를 추구하는 대한민국태권도협회(KTA·회장 최창신)가 내디딘 또 하나의 큰 걸음, 2019 태권도 시범 공연 대회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지난 11월 23~24일 인천 글로벌 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KTA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관람형 태권도’의 두 번째 무대였다. 첫 작품인 KTA 품새 최강전 Ⅰ(3월)과 Ⅱ(10월)에서, 태권도의 묘미에 듬뿍 빠졌던 팬들은 연극적 색채를 짙게 가미한 이번 무대가 풍긴 매력에 듬뿍 빠져 진한 감흥을 만끽했다.
태권도에 스토리텔링을 입힘으로써 무도 스포츠를 문화 예술로 승화한 공연 무대의 경연은 팬들을 새로운 지평으로 이끌어 갔다. 그리고 그 영광의 무대 주인공은 전주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이었다. ‘Fire – Fighter’를 선보인 전주대 시범단은 95.600점의 높은 점수로 1등을 차지하며 아울러 상금 1,000만 원를 획득하는 기쁨도 누렸다.
8개 팀이 경연을 펼친 이번 대회(표 참조)에서, ‘오월의 그날 –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을 연기한 조선대학교 태권도 시범단과 ‘King of the Game – Rule of the Game’을 연기한 태랑학회가 각각 2위(92.120점)와 3위(91.660점)에 올랐다. 더불어 조선대 시범단은 500만 원의, 태랑학회는 300만원의 상금을 각기 차지했다.
‘Fire – Fighter’는 화재 또는 사고 현장에서 사투하는 이름 없는 소방관들의 삶을 녹여 내 높은 호평을 받았다. 소방관과 불의 팽팽한 대치 구도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한편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는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냄으로써, 비교적 큰 점수 차로 정상에 올랐다. 특별한 무대 장치를 사용하기보다 신체 움직임을 중심으로 장면을 연출하고 태권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 연출이 한결 돋보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오월의 그날 –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은 역사적 사실에 집착하지 않고 그날의 광주에서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한 소녀의 시점을 통해 보여 주려 한 연출 의도가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King of the Game – Rule of the Game’은 게임에 빠져든 한 소년이 그 속에서 캐릭터의 성장을 통해 희열을 느끼며 나아가 주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 청소년 관객층의 눈높이에 맞춘 연출이 큰 호응을 받았다.
전주대학교 태권도 시범단이 연기한 ‘Fire – Fighter’는 우승 작품으로 선정됐다.
평가위원장을 맡았던 고학찬 전 예술의 전당 사장은 “태권도와 연극의 융합은 ‘1+1=2+α’라는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태권도가 얼마나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엿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 평가위원장은 “태권도가 더 빼어난 공연 콘텐츠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다른 요소,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과 접목도 앞으로 시도돼야 하지 않을까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선, 더욱 공정한 심사와 선정을 위해 22명의 평가위원이 참여했다. 평가위원단은 KTA 상임 심판 7명, 예술 전문가 5명, 일반 팬 10명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일반 팬으로 이뤄진 관중 평가단 비중이 가장 높음으로써 그만큼 팬들의 참여 의식을 고취하고 호응도를 유도한 KTA의 전략은 적중했다.”라고 평가했다.
KTA가 운용한 또 다른 독특한 이색 전략도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각 팀이 연극 연출가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파트너십은 태권도 공연이 대중적 시장을 꿰뚫는 가능성을 증대하는 데 일익이 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 연극의 총본산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밝은 미래를 밝힐 등불”로 평가받는 젊은 8인의 연출가가 각 팀과 호흡을 맞춰 작품을 가다듬어 이번 무대에 올렸다. 그 주인공들은 ▲ 윤혜진(다방구 밴드)-전주대학교 ▲ 신동일(공연연구소 탐구생활 연출)-조선대학교 ▲ 김민경(극단 노마드 대표)-태랑학회 ▲ 신태환(극단 녹차)-백석대학교 ▲ 김선권(GPT 연출)–우석대학교 ▲ 이대웅(극단 여행자 연출)-용인대학교 ▲ 백석현(극단 창세 연출)-경희대학교 ▲ 심재욱(극단 바바서커스 연출)-세경고등학교 등이다.
이번 대회는 KTA가 주최•주관하고, ㈜비가비컴퍼니가 운영을 맡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아디다스가 후원했다.
■ 순위
순위 | 팀 | 점수 | 작품명 |
1 | 전주대학교 태권도시범단 | 95.600 | Fire - Fighter |
2 | 조선대학교 〃 | 92.120 | 오월의 그날 –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
3 | 태랑학회 | 91.660 | King of the Game – Rule of the Game |
4 | 백석대학교 〃 | 90.620 | 진(進) - 100년 영웅들의 뜻을 이어 나가다 |
5 | 우석대학교 〃 | 89.090 | 향기로운 봄(春), 태권도를 만나다 |
6 | 용인대학교 타이곤 〃 | 86.880 | 탐(貪) - 가면의 주인 |
7 | 경희대학교 〃 | 86.610 | 태권도 타임즈 |
8 | 세경고등학교 〃 | 85.860 | 나는 태권도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