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천하의 이대훈(26·대전광역시 체육회)이었다. 당대 세계 으뜸의 ‘월드 스타’가 내뿜는 기세를 그 누가 꺾을 수 있단 말인가. 무척 빼어난 솜씨는 두말할 나위 없다. 꺾이지 않는 투혼은 비단 위에 꽃을 더한[錦上添花·금상첨화] 격이다.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움켜쥔 그 기개에, 그 누가 감탄을 토하지 않을쏘냐? 오른발을 거의 쓸 수 없는 치명적 약점도 정상을 밟겠다는 집념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사지 가운데 삼지(三肢)만으로 이룬 등정이었다.
이대훈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 게임 태권도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대를 쪼개는 기세[破竹之勢·파죽지세]를 뽐내며 대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용솟음치는 위세를 떨치며 국제 대회 연승 행진을 이어 갔다. 적수를 찾을 수 없으니 가히 천하무적이라 할 만한 행보다.
한국은 이대훈의 금빛 발차기에 힘입어 이번 아시안 게임 태권도의 화려한 막을 올리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 주인공이 됐다. 강민성(20·한국체육대학교)이 품새 남자 개인전에서 첫 장을 열었고, 이대훈이 겨루기 남자 -68㎏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23일)에, 이대훈은 준결승전까지 훨훨 날았다. 16강전(26:5)과 8강전(26:5) 관문을 점수 차 승으로 가볍게 돌파했다. 그 형세는 4강전에서도 그대로였다. 예라실 카이르벡(카자흐스탄)도 손쉽게 요리(32:10)했다. 만일 4강전에서도 점수 차 승이 있었다면, 세 판 연속 점수 차 승의 거침없는 모양새였다.
결승전에선, 다소 고전했다. 아미르모함마드 바흐시칼호리(이란)를 맞아 1회전에서 1:4로 뒤졌다. 2회전이 끝났을 때도 6:7로 열세였다. 이 고비에서, 이대훈은 마지막 불꽃 투혼을 불태우며 끝내 12:10으로 전세를 뒤집고 극적 우승의 과실을 맺었다.
사실 이대훈은 부상으로 오른발을 거의 쓰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카르타로 떠나기 사흘 전인 지난 12일 훈련 도중 오른발 인대를 다쳤다(사진 참조). 그럼에도 이대훈은 내색하지 않고 현지에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자칫 태극 전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 맏형의 깊은 마음 씀씀이였다. 신도 그의 사려 깊은 행동에 감복했는지 값진 금메달을 안겨 줬다.
“대훈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도 불타는 투지가 놀랍다. 게다가 걸출한 솜씨는 물론 겸손함까지 갖췄다. 근성과 기량과 인성이 서로 조화를 이뤘으니, 어찌 대단한 선수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0년 광저우(廣州) 아시안 게임 때 이대훈의 금 결실을 이끌었고 이날도 세컨드를 맡아 작전을 지시했던 전문희 국가대표팀 코치의 평가는 결코 허투루 하는 허언이 아니다.
셀 수 없는 국제 대회 우승의 달콤함을 누렸던 이대훈도 이날의 감격이 새롭게 다가오는 듯했다. “아시안 게임에서 세 번 잇달아 금메달을 땄지만, 이번 대회가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정상으로 가는 길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가장 험난했다.”
이대훈은 이로써 메이저 대회 출전 연속 우승 기록을 7로 늘렸다. 2016년 월드 그랑프리에서 시작된 승승장구 행보는 2017년 월드 그랑프리 세 걸음과 세계 선수권 한 걸음과 올 월드 그랑프리 한 걸음을 거쳐 이번 아시안 게임까지 이어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천하에 우뚝 선 이대훈도 마음 깊숙이부터 타오르는 열망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늘 어서 와 껴안아 달라고 이대훈을 유혹한다. 2년 전, 2016 히우 지(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때 금메달이 확실시됐지만 동메달에 그쳤던 쓰라린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며 훈련에 정진하는 이대훈이다. 2년 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지리라고 기대한다. 왜? 언제든 도복을 곁에서 떼 놓지 않는 성실성이 야망의 달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